
1. 서론: 그릿을 다짐한 후에도, 또 무너진 나를 발견하다
지난번 글 「그릿(GRIT)」을 통해 장기전을 버티는 힘이 '끈기'임을 배웠고, 느리더라도 매일의 루틴을 지켜내는 삶을 선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뼈아픈 사실이 하나 있다. 끈기를 다짐했다고 해서, 사람이 하루아침에 합리적인 로봇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용한 새벽, 공부를 위해 앉아 있어도 나는 때때로 의미 없는 뉴스 헤드라인을 클릭하고, 가끔은 필요도 없는 할인 광고에 마음이 흔들렸다.
"나는 끈기를 다짐했는데, 왜 이런 선택을 반복할까?"
이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 펼친 책이 행동경제학의 권위자 댄 애리얼리의「상식 밖의 경제학 (Predictably Irrational)」(청림출판, 2018)이다.
2. 인간은 단순히 비합리적인 게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충격적이었다.
인간은 가끔 실수하는 존재가 아니라, 특정 패턴대로 반복해서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억지로 의지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는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왜냐하면 우리의 판단 체계가 이미 감정, 비교 대상, 환경에 크게 휘둘리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를 뜨끔하게 했던 두 가지 심리 메커니즘이 있었다.
① 공짜의 유혹 (Free Effect)
'무료'라는 단어는 마법이다.
가격이 0원이라는 뜻 이상의 작용을 한다.
실제 내 경험:
- "2+1 이벤트"에 편의점 과소비
- 무료 배송 맞추려고 장바구니 채우기
② 상대성의 덫 (Relativity)
우리는 가치 판단을 할 때 ‘절대 기준’이 아닌 ‘비교 대상’을 붙잡고 결정을 내려버린다.
투자 시 태도 :
- 종목의 가치보다 "어제보다 싸니까" 매수
- "다른 관심 종목보다 싸니까" 매수
이 두 가지 사례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쉽게 생각 없는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그 흐름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3. 내가 얻은 결론: 의지에 기대지 말고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
앞선 글들을 통해 나는 투자 공부(「나의 투자는 새벽 4시에 시작된」), 루틴(「루틴의 힘」), 지출 통제(「부의 감각」) 등 꾸준함과 절제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꾸준함'과 '절제' 자체가 의지력만으로는 영원히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댄 애리얼리는 말한다.
"비합리성은 인간의 결함이 아니라 구조이기 때문에, 통제를 위한 외부 장치가 필요하다."
이 메시지가 정말 강하게 와닿았다.
"내가 의지가 약해서 실패하는 게 아니구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선택을 반복하게 되어있구나."
그래서 나는 스스로 약속을 '환경' 속에 묶어두는 방식(Self-Control)을 도입했다.
- 새벽 공부 시작 전, 스마트폰을 거실에 두는 물리적 차단.
- 비행기 모드로 앱 알림을 모두 꺼두는 시각적 차단.
- 마감 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내는 강제적 장치.
이건 "나는 다시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않겠다!"라는 허울 좋은 맹세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했다.
4. 반복되는 실수 대신, 패턴을 깨뜨릴 시스템 만들기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단순했다.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
다만 반복되는 나의 비합리성을 '예측'하고, 그것을 '차단'하는 장치를 미리 마련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2025년을 마무리하며 나에게 일종의 '심리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 유혹이 강한 작업들은 '미루는 시간대'를 따로 정해두기.
- 집중이 필요한 일에는 제한된 시간(타이머)을 먼저 설정하기.
- 충동적인 선택을 피하기 위해 '하루만 참아보기 ' 원칙 세우기.
이런 사소한 습관의 설계들이 예측 가능한 나의 약점을 선제적으로 막아주었다.
앞선 글 「그릿」에서 배운 끈기가 '지속의 힘'이라면, 이번 책을 통해 배운 교훈은 그 지속의 힘이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단단한 울타리'였다.
5. 결론: 우리는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더 강해진다
「상식 밖의 경제학」은 나에게 "더 강해져야 한다"라고 요구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너는 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라는 냉철한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 약함을 인정하고 환경을 설계하고, 장치를 만들고, 선택의 흐름을 통제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꾸준하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제 "완벽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았다.
대신 "예측 가능한 나의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이를 이기는 시스템을 만들 것."
이 계획을 2026년에도 유지할 생각이다.
끈기, 올바른 소비 감각, 투자 심리.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나는 오늘도 조용한 새벽에 나를 지켜줄 작은 시스템을 하나씩 더 쌓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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